사회경제

기준금리, 한은은 왜 숨 고르기를 선택했나

The Bank of Korea Chungbuk Branch
한국은행의 한 지점 (위키미디어 커먼즈)

무슨 일이 있었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00%로 유지했습니다.
지난 7월 3년 6개월 만에 2.50%에서 2.75%로 올리더니 8월 한 달 만에 다시 3.00%까지, 두 달 연속 인상(백투백 인상)을 벌인 직후의 동결입니다.
결정문은 물가가 3% 내외의 높은 오름세이고 금융안정 리스크도 상존하지만 중동 사태와 주요국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두 차례 인상의 파급 영향을 점검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매파적 동결’로 읽었습니다.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는 꺾지 않고 속도만 조절했다는 뜻입니다.
바깥 사정도 동결 쪽으로 흐렀습니다.
미국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3년 2개월 만의 인상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멈췄고, 한은으로서도 서두를 급함이 줄었습니다

물가 경로표를 펼쳐보면 왜 이런 문장이 나오는지 이해됩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2.6%, 5월 3.1%, 6월 3.2%로 올라갔다가 7월 2.8%, 8월 3.1%, 9월 2.9%로 들쭉날쭉했습니다.
목표치 2% 밑으로 내려온 달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생산자물가는 9월 7.7%까지 치솟아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으로 밀려 내려올 게 남아 있습니다.
10월 소비자물가도 3% 안팎이 한은 자체 예상이고 11월 2일 발표됩니다.
1년 뒤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은 2.7%에 묶여 있습니다.
성장 쪽은 오히려 좋아져서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8월의 2.6%에서 3.3%로 올려 잡았습니다.
10월 27일 발표된 3분기 성장률 속보치도 1.0%로 예상보다 높았습니다.
경기가 좋은데 물가가 안 잡히는,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흔치 않은 고민입니다

긍정적인 측면

  • 연속 인상이 가계와 기업에 어떻게 착륙하는지 확인할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두 달 새 0.5%포인트를 한 번에 흡수하는 건 생각보다 매섭습니다.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통화정책의 특성상 점검 자체는 정석입니다
  • 반도체 중심의 성장과 수출이 버텨주는 국면에서 무리하게 속도를 올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10월 1~20일 수출만 616억 달러, 반도체가 222.5% 증가였다는 숫자가 말해주는 체력입니다
  • 11월 초 10월 물가 지표와 3분기 GDP를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상하더라도 정보 기반 결정이 되는 셈이고, 시장과의 소통 측면에서도 무난한 수순이었습니다

부정적인 측면

  • 대출받은 가계에는 3% 시점이 곧 이자입니다.
    신용대출과 예대금리 모두에 반영된 0.5%포인트가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갑니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국내 구조상 체감은 전망치보다 빠릅니다
  • 물가가 3% 안팎에 묶인 채 금리를 멈추면 실질금리가 더 깊어집니다.
    저축하는 사람의 실질 수익은 마이너스이고 쓰는 사람의 미래 부담은 그대로 커집니다.
    3분기 국민계정에 민간소비만 유독 약하게 나온 것과 같은 줄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불안이 여전합니다.
    동결이 ‘올라갈 만큼 올랐다’로 오해받으면 부동산으로 돈이 새는 역풍이 가능합니다.
    신현송 한은 총재가 물가가 2%로 수렴할 때까지 긴축이 필요하다고 반복해서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노무라증권 박정우 이코노미스트의 진단도 같습니다.
    물가가 높고 부동산이 안정되지 않았으니 추가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종합 의견

시장의 무게중심은 11월 인상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다만 이번 사이클의 특징을 잊으면 안 됩니다.
경기 부양용 인하 사이클이 아니라 물가 진정용 인상 사이클입니다.
성장률 3%대 전망 속의 인상은 경기를 식히려는 브레이크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누르는 브레이크입니다.
그래서 “성장도 좋은데 왜 인상”이라는 반문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예금자, 대출자, 투자자 셋 모두에게 남는 과제는 같습니다.
11월 2일 물가 지표, 그리고 같은 달 열릴 금통위.
달력에 두 번 동그라미 치고, 변동금리 대출이 있다면 고정 전환 비교표는 숫자 나오기 전에 미리 뽑아두는 쪽이 유리했습니다.
매 사이클마다 결국 그 순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