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0월 27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즉 GDP 속보치가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전기 대비 1.0% 성장.
한국은행이 8월에 내놨던 전망치 0.3%의 세 배를 훌쩍 넘기고, 시장 컨센서스 0.8%까지 앞선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4% 늘었다.
성장의 엔진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과 설비투자, 그리고 정부소비였다.
문제는 그 옆에 놓인 한 줄이다.
민간소비가 0.2% 줄었다.
2022년 4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 있는 감소다.

숫자부터 정리하면
분기 성장률 1.0%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강한 축에 든다.
반도체 수출이 가격과 물량에서 동시에 버텨줬고, 그 이익이 설비투자 회복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속보치에 담겼다.
정부소비도 성장에 기여했다.
민간이 주춤한 사이 재정이 밀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다만 4분기에는 정부 소비의 기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이번 분기 숫자를 그대로 내년까지 이어보기는 어렵다.
긍정적인 측면
첫째, 전망을 세 배나 뛰어넘는 성장이다.
경기 침체를 전제로 만든 예산과 정책 시나리오들이 다시 계산대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고, 기업 계획도 하향 조정을 피할 여지가 생겼다.
둘째, 설비투자가 같이 늘었다는 점이다.
수출 증가가 재고 조정의 반짝 효과였다면 다음 분기 신뢰도와 직결되는 설비투자는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이 향후 수요를 나쁘게 보고 있지 않다는 간접 증거다.
셋째, 전년 대비 3.4%는 저성장이 고착됐다는 우려를 수치로 잠재우는 측면이 있다.
반도체가 버텨주는 동안 제조업 기반이 아직 살아 있다는 확인으로 읽을 만하다.
부정적인 측면
첫째, 민간소비 감소는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그때는 금리 급등과 에너지 위기 국면이었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고물가 진정 국면에서 소비가 꺾였다는 점이 더 신경 쓰인다.
고금리·고물가의 골자가 다 지난 뒤에 나온 소비 감소라면, 원인이 경기 순환이 아니라 소득 구조 쪽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둘째, 성장이 반도체에 기울어져 있다.
반도체 가격과 지정학에 따라 다음 분기 숫자가 출렁일 수 있다는 뜻이고, 내수 업종과 자영업은 통계의 온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두 얼굴의 경제’가 계속된다.
셋째, 심리가 이미 방향을 바꿨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5.4로 한 달 만에 하락했고 집값 상승 기대도 소폭 낮아졌다.
3분기 실적과 4분기 전망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종합 의견
이번 속보치는 축하할 뉴스이면서 동시에 경고등이다.
수출이 이끄는 성장은 반갑지만, 그 온기가 식탁 위로 내려오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성장률 발표 직후 나오는 “예상을 상회”라는 문구와, 한 달 만에 나빠진 소비 심리 지수가 같은 주에 공존하는 경제라면, 정책의 우선순위는 성장의 규모가 아니라 성장의 분배 쪽으로 기울어야 하지 싶다.
4분기 소비가 몇 주간의 숫자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라, 정책 손길도 이미 그쪽을 향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10월 28일부터 11월 29일까지 김장 재료와 소비자가 즐겨 찾는 수산물을 최대 50% 할인하는 수산대전을 열어 200억 원을 투입하고 1인당 1만 원 한도로 구매금액의 20%를 지원하기로 했다.
재정이 성장률을 밀어 올리는 역할에서, 소비자의 식탁 가격을 눌러주는 역할로 옮겨가는 장면으로 읽을 수 있다.
연말 소비대책과 금리 경로가 예년보다 더 예의주시될 것 같다